덜컥 마스터즈 수영대회에 도전하다
'우리 수영장에서 첫 수영대회를 개최한다고? 첫 대회 도전으로 딱인 거 아니야?!'
2026년 2월, 마스터즈 팀에 들어온지 이제 겨우 두 달 차.
다음 달에 우리 수영장에서 처음으로 수영대회를 개최한다는 말을 듣고
처음으로 대회를 경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익숙한 수영장에, 25m 단수로 대회라 부담도 적다.
비록 아직 팀 내 제일 느린 그룹에서 매일 헉헉대는 나지만,
작고 귀여운 동네 대회일 거라 생각하고! (는 나의 큰 착각이었고...) 용감하게 신청했다.
대회장
항상 밤에만 훈련 가던 수도여자고등학교 PAB 수영장에 주말 아침 일찍 도착했다.
커다란 운동 가방을 메고 삼삼오오 모여드는 사람들이 보였다.
익숙하던 수영장이 대회 분위기로 꾸며져 있었다.



웜업과 대기
작은 수영장이 대회참가자들로 바글바글해졌다.
웜업을 위해 선수들이 수영장 내부로 한꺼번에 들어오니 상당한 인파였다.
그 틈에 껴서 어리버리하게 웜업을 하고, 스타트 연습도 해보며 몸을 풀었다.
출발 신호음을 반복적으로 틀어주어 정해진 레인에서는 스타트연습을 할 수 있게 준비되어 있었다.
위에서 말했듯이 작은 동네 대회인 줄 알았는데... 너무나 본격적인 대회의 열기가 느껴졌다.
웜업부터 벌써 시합복을 입으신 분들도 꽤 보였다. (난 아직 시합복도 없는데ㅡ ㅋㅋㅋ)
대기공간은 2층에 있는 체육관에 준비되었다.
학교 내에 있는 수영장이기에 작은 규모지만 그래도 이 정도 규모의 수영대회를 여는 것이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링티나 애프터스윔 등의 후원사까지 들어와서 단상 쪽에는 작은 이벤트 부스들도 있었다. 와우.
참가 팀별로 삼삼오오 모여 돗자리를 깔고 앉아있는 풍경도 무언가... 굉장했다.




평영 50m — 머릿속이 하얘지다
출전 종목은 평영 50m과 자유형 50m으로 했다.
주종목 자유형에 추가 종목은 고민하다 평영을 골랐다.
배영은 스타트도 턴도 연습이 안 되어 있고, 접영은 너무 힘들어서 자유형에 영향을 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첫 종목인 평영은 훈련을 크게 하지 않았으니 큰 기대가 없긴했다.
사실 기록이 얼마가 나올지 감도 잘 안 잡히는 상황.
하지만 실전은 생각보다도 더 엉망진창이긴 했다.
스타트 쪽 스텝 분이 내 차례를 제대로 알려주지 못했다.
내가 들어가야할 조인데, 다음이라고 대기하라고 하다가 마지막 순간 들어가도록 안내하신 것.
약간 당황한 채로 허겁지겁 스타팅 블록에 올라섰고, 그 당황이 입수 후 잠영까지 고스란히 따라왔다.
다이브를 하는 순간 물속에서 머리가 하얘지면서 하마터면 돌핀킥을 두 번 찰 뻔했다. (평영에서 돌핀킥 두 번은 실격이다.)
머리속으로 "안 돼!"를 외치며 물 속 스트로크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브레이크아웃을 해버렸다 ㅎㅎㅎ.
25m가서 턴도 타이밍이 안 맞아서 삐끗. 이럴 수가 있나 싶었던 첫 경기였다 ㅋㅋ.
최종 기록은 52.7초.
실수에 속상한 것 보다도, 더 크게 드는 생각은 "연습하면 기록이 줄겠구나"는 확신이었다.
스타트 연습, 턴 연습,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는 멘탈 만들기.
할 일이 뚜렷해졌으니 오히려 나쁘지 않아. 다음 대회에서는 어쩌면 50초도 가능하지 않을까?

자유형 50m — 40초의 벽을 깨다
실수는 평영에서 이미 해버렸으니 오히려 홀가분한 마음으로 자유형에 집중할 때다.
목표는 하나, 40초 깨기였다.
훈련에서 나왔던 최고 기록이 40.5초였다. 과연 나는 3이라는 숫자를 볼 수 있을 것인가...!
스타트 신호와 함께, 입수. 너무 꽂히듯 스타트를 한 느낌이 든다.
그래도 돌핀킥을 열심히 하고 브레이크아웃을 한 후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일단 최대한 빠르게 팔을 저었다 ㅋㅋ.
25m까지는 그렇게 열심히 갔다. 대회뽕이라 불리는 아드레날린이 제 역할을 한 듯.
문제는 턴 후에 돌아오는 25m였는데,
팔다리가 내 것이 맞나 싶게 무거워서 스트로크와 킥이 느려지고, 호흡은 점점 많이 하게 된다.
그래도 이 악물고 벽을 향해 끝까지 나아간다.
터치 후. 뭐랄까, 팔다리가 뽀사지는 느낌이 든다.
38.75초!! 결과는 경기 후 구글 시트로 공유되는 결과지에 올라왔다.
목표했던 40초 이내를 달성했다!! 훈련 PB보다 거의 2초 가까이 줄어든 기록.
이것은 대회 부스트인가 힘든 훈련을 따라온 성과인가 ㅎㅎ. 어느 쪽이든 일단은 좀 기뻐해도 될까.

마스터즈 수영은 팀이 중요하군요
사실 첫 대회를 혼자 나갔으면 훨씬 헤맸을텐데,
팀으로 출전한 덕에 어리버리 그 자체인 나도 스무스하게 묻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대기 공간에 돗자리를 깔아서 함께 공유하고, 간식과 식사를 챙기고, 팀원들의 경기를 서로 응원하고 영상으로도 남겨준다.
특히 수영대회는 대기 시간이 긴데, 대기하면서 피가되고 살이되는 실전 팁들도 주워 들을 수 있었다.
한의사이신 언니 한 분은 팀원들에게 경옥고를 챙겨주시기까지 했다. It's 오리엔탈 도핑.
수영은 결국 혼자 하는 운동이지만, 또 같이 하는 운동이기도 하네.
남편과 함께 마라톤 대회도 몇 번 가봤는데,
달리기 대회는 개인으로 나가도 거의 무리가 없는 반면 수영 대회는 팀으로 참가하는 것이 훨씬 좋은 것 같다.
작고 귀여운 동네 대회... 는 아니었다
우리 수영장 제1회 대회라길래, 작고 귀여운 동네 수영대회를 상상했다.
이런 기회 다시 없어, 하면서 가볍게 신청했거늘...
현실은 좀 달랐다. 여러 마스터즈 팀에서 실력자들이 대거 출전했다.
실력자들이 모인 대회를 직접 보니 굉장한 자극이 되었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마음이 아주 또렷하게 생겼다.
그리고 대회 운영이 굉장히 매끄러운 점도 인상적이었다.
경험이 많은 팀원 분들도 다른 소규모 대회 대비 운영이 잘 되었다고들 하셨다.
1회 대회인데 이 정도면 2회, 3회도 기대된다 이거야.
훈련팀 들어온 지 두 달 반...
어렸을 때 수영하던 그 아이와 지금의 나 사이에는 약 30년이라는 꽤 긴 공백이 있다.
오랜 세월 크게 운동을 하지 않던 내가 이 정도로 수영에 다시 몰입하게 되다니 놀랍다.
조금 힘들긴 해도 진작에 더 빨리 수영 다시 시작할 걸 하는 생각이 클만큼 재미도 있다.
이제 마스터즈 수영 훈련을 시작한지 두달 반.
부족한 점은 너무 많지만 그래도 첫 대회에 도전해서 기록을 남겼다.
자유형 50m 38.75초. 훈련팀에 들어오기 전의 내가 들으면 믿지 않았을 숫자다.
이미 말한 것처럼 부족한 점은 너무 많다.
영법 자체는 물론이고 스타트, 턴, 후반 체력, 멘탈까지.
리스트가 길어서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할 게 많다는 건 그만큼 나아질 여지도 많다는 뜻이니까
꾸준히 훈련하면 다음 대회에서는 조금 더 나은 내가 되어 있겠지.
그때까지, 나의 수영은 계속된다.
이번 대회, 나의 첫 기록 정리
| 종목 | 기록 | 비고 |
| 자유형 50m | 38.75 | 첫 공식 기록. 목표 달성 (sub-40), 훈련 pb 대비 -1.75초 |
| 평영 50m | 52.7 | 첫 공식 기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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